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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vs 실화 #12. 하늘을 걷는 남자 - 펠리페 페팃의 쌍둥이 빌딩 정복기



필자는 펠리페 페팃에 대한 다큐멘터리 <맨 온 파이어>를 영화 개봉 이전에 본 지라 펠리페 페팃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지라 크게 차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하늘을 걷는 남자>를 이제서야 봤는데, 월드 트레이드 센터 정복에 얽힌 주요 내용은 실화이긴 하지만 몇몇 부분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어 '영화 vs 실화' 코너를 통해서 어떤 부분이 사실과 다른지와 더불어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얘기들을 함께 소개한다.

<하늘을 걷는 남자>의 주인공 펠리페 페팃 역은 조셉 고든 레빗이 맡았는데, 조셉 고든 레빗은 대역을 쓰지 않는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그렇다고 그가 고난도 스턴트 액션을 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역시나 <하늘을 걷는 남자>에서도 줄타기를 대역 없이 소화해냈는데, 8일 동안 실제 펠리페 페팃의 지도 아래 연습한 결과라 한다. 촬영 시에 그가 줄타기를 했던 높이는 3.66m 정도로 1층 건물 높이보다는 다소 높고,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건너는 장면은 CG로 처리한 거다. 물론 지금은 없어진 월드 트레이드 센터이기에 월드 트레이드 센터 또한 CG.

* 코너 특성상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읽어보시길 권함.


펠리페 페팃
Philippe Petit



1949년 8월 13일 태생으로 현재 66세로 살아 있다. 위 사진은 현재의 모습이라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필자가 태어난 1974년에 그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줄타기를 성공할 때의 나이는 25살로 그 때의 모습을 보면 필자는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 태엽 오렌지>의 주인공 알렉스가 생각난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비슷하다. 필자만 그런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계 태엽 오렌지>와 <하늘을 걷는 남자>를 모두 본 사람 중에 필자와 같은 느낌을 받은 사람 혹 있지 않을까? 궁금. 여튼 그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곡예를 펼친 후에 유명세를 떨쳤지만(전세계 신문에 톱 기사를 장식할 정도였으니), 곡예의 성공을 위해 함께 했던 친구와 연인들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애니 앨릭스
Annie Allix


아마 <하늘을 걷는 남자>를 본 사람이라면 마지막에 펠리페 페팃과 애니 앨릭스의 이별이 다소 뜬금없다 느껴질 수 있다. 펠리페 페팃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 곡예 성공을 위해 함께 했던 둘이었는데, 성공하고 난 다음에 별다른 이유없이 헤어지니 말이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너무 <하늘을 걷는 남자>가 펠리페 페팃 중심으로만 그려진 듯하여 여기서는 그 내막을 얘기한다. 둘이 그렇게 헤어진 건 사실이지만(그렇다고 그렇게 대사를 주고 받아서 헤어진 건 아니겠지만) 그 원인은 펠리페 페팃에게 있었다.

<하늘을 걷는 남자>에서는 펠리페 페팃과 애니 앨릭스가 함께 뉴욕을 방문하여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사전 조사한 후에 프랑스로 돌아와 철저히 준비하여 다시 뉴욕을 찾았을 때, 단번에 성공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전 조사를 위해 3차례 뉴욕에 방문했으며, 첫 시도 때는 애니 앨릭스를 데려가지도 않았고, 실패로 끝났다. 영화에서처럼 단번에 성공한 게 아니란 얘기. 실패했다 하여 줄타기를 실패했던 건 아니다. 줄타기를 위한 장비를 월드 트레이드 센터 옥상에 올리는 게 불가능해보였기 때문이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공사중일 때는 영화에서 보듯이 인부로 변장하여 쉽게 출입할 수 있었지만, 오픈한 후에는 ID 카드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했다. 줄타기는 고사하고 장비를 옥상에까지 옮기는 것 자체가 힘들었기에 포기했던 것. 프랑스로 돌아온 펠리페 페팃은 애니 앨릭스를 찾는다. 힘을 복돋워달라는 의미에서. 그리고 다시 뉴욕을 갔을 때는 애니 앨릭스와 함께였다. 그렇게 애니 앨릭스는 펠리페 페팃에게는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는 그런 존재였다.

그러나 월드 트레이드 센터 곡예 성공 이후, 펠리페 페팃은 변했다. 갑작스런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에 그는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는 이들과 원나잇을 즐기기까지 했던 것. 게다가 펠리페 페팃은 법원에서 곡예를 통한 봉사를 하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고, 그 자신이 뉴욕에 정착하려고 했지만, 애니 앨릭스에게는 여생을 함께 하자는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맨 온 와이어>에서 애니 앨릭스는 아주 담담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인터뷰한다.

사랑의 추억도 있었죠. 하지만 분명 필립은 인생에서 놀라운 순간을 겪었던 거죠. 그는 다른 걸 시작하고 있었어요. 새 인생을. 이상하게도, 내 느낌도 같았어요.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였던 거죠. 그런 식도 좋았어요.
결국 쿨하게 연인을 보내준 건 펠리페 페팃이 아니라 애니 앨릭스였다. 마치 사법고시 패스할 때까지 뒷바라지 하던 옛 연인을 내동댕이 치는 격이니, 아무리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 밖의 일을 성공해낸 펠리페 페팃이라 할 지라도 인간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점 때문에 <하늘을 걷는 남자>는 지극히 펠리페 페팃의 입장에서만 스토리를 전개했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배리 그린하우스
Barry Greenhouse



<하늘을 걷는 남자>에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 내부 조력자로 나오는 배리 그린하우스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 남측 빌딩 82층에 있는 the New York State Insurance Department의 Assistant Director(우리나라 직급으로 치면 계장 정도)였다. 그가 펠리페 페팃을 도와준 건 맞지만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만난 건 아니었다. 1차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 애니 앨릭스와 함께 다시 뉴욕을 찾은 펠리페 페팃은 어떻게 출입을 할 수 있을 지 궁리하면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다 로비에서 그를 발견한 배리 그린하우스. 펠리페 페팃은 배리 그린하우스를 몰랐고, 배리 그린하우스는 펠리페 페팃을 알았다. 프랑스에서 거리공연을 하던 펠리페 페팃을 기억했던 것. 덕분에 배리 그린하우스가 준 ID 카드를 위조하여 펠리페 페팃 팀이 들어갈 수 있는 ID 카드를 만들었고, 줄타기 장비 또한 82층에 가는 물품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펠리페 페팃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 곡예 성공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배리 그린하우스였다. 영화에서는 비중이 그닥 크지 않지만 말이다.


파파 루디
Papa Rudy



벤 킹슬리가 분한 파파 루디의 본명은 루디 오만코프스키 주니어(Rudy Omankowsky, Jr.)로 체코 출신의 곡예사다. 그도 곡예사이기에 주목할 만한 곡예를 한 적이 있는데, 프랑스의 보쥬 산맥의 두 산봉우리를 줄로 연결하여 제라르메 호수를 가로질러 1.24km의 곡예를 펼친 기록이 있다. 


두 번의 예행 연습
Two Times Rehearsal


치아가 아파 찾아간 치과에 비치된 잡지에서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건설중이라는 걸 보고 목표를 갖게 된 펠리페 페팃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정복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한다. 그가 지내던 프랑스에서는 나뭇 가지에 월드 트레이드 센터 협회라는 팻말을 붙여 연습하던 장소를 안내하기도 했었다. 그가 당시 세계 최고의 높이 빌딩인 월드 트레이드 센터를 정복하기 전에 연습삼아 줄타기를 했던 건물은 <하늘을 걷는 남자>에서는 노트르담 성당만 나오지만 하나 더 있다.

① 노트르담 성당



그의 첫 빌딩 사이 곡에는 1971년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에서였다. 높이는 노트르담 성당 홈페이지에 기초하여 얘기하자면 128m이니 그보다는 다소 낮은 높이(줄을 묶고 그 위에서 곡예를 해야 하니까)였을 것이다. 노트르담 성당 곡예는 영화에서도 나오긴 하지만, 그 전에 펠리페 페팃의 첫 줄타기 공연(호수 위)에서 줄에서 떨어진 건 사실이 아니다. 펠리페 페팃은 줄에서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 딱 한 번 있는데, 그건 서커스 공연 때 리허설하다 떨어진 것이지 공연 때 떨어진 게 아니었다.

② 시드니 하버 브릿지



영화에 나오지는 않지만 그 다음에 도전한 건 시드니에 있는 하버 브릿지였다. 프랑스 파리를 벗어나 호주까지 가서 줄타기를 한 것인데, 하버 브릿지의 높이가 134m 이긴 해도 이는 다리 위의 철골 높이이니 그가 곡예를 한 높이는 이보다는 훨씬 낮았으리라 본다.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 시드니의 하버 브릿지 모두 곡예를 펼친 후에는 경찰에 붙잡혀 간다. 물론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도 마찬가지.


월드 트레이드 센터
World Trade Center

월드 트레이드 센터 빌딩은 총 7동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이 바로 쌍둥이 빌딩이라 불리는 1, 2동으로 9.11 사고로 무너진 바로 그 빌딩이다. 기존에 최고 높이 건물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최고층이 지상에서 373m였던 데에 반해,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최고층인 110층이 지상 420m로 완공되면서 세계 최고 높이의 건물로 등극한다. 그러나 2년 뒤에 시어스 타워(현재는 윌리스 타워로 개명)에게 최고 높이의 건물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가 쌍둥이 빌딩 사이에서 보여준 곡예는 영화에서 보여준 것과 거의 일치한다. 그의 곡예가 다소 놀라운 건 그냥 줄을 한 번 건넌 게 아니라서다. 경찰을 놀리기라도 하듯 이쪽으로 왔다 저쪽으로 갔다 하는데, 총 8번 왕복했으며 45분 동안 곡예를 펼쳤다. 게다가 걸터앉기도 하고 드러눕기까지 한다.


설명. [1] 실제 쌍둥이 빌딩에서 곡예를 펼치는 펠리페 페팃 [2] 무릎을 꿇고 앉아서 인사하는 펠리페 페팃 [3] 줄에 걸터 앉아 아래를 응시하는 펠리페 페팃 [4] 줄에 드러눕는 곡예를 선보이는 펠리페 페팃

사실 당일 바람이 강했다면, 이런 곡예를 선보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 날 바람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늘을 걷는 남자>에서는 상당히 화창하고 쾌적한 날씨처럼 보이지만 위의 사진이나 실제 촬영분을 보면 다소 흐린 날씨였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가 첫 발은 내디딘 시각이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이 아니라 이른 아침인 6시 45분 경이라서 더욱더 그랬다.


영화 vs 실화
Movie vs Real

이하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들을 정리한다.(좀 중요하다 싶은 부분은 위에서 언급했다.)

① 장비는 110층이 아니라 104층

원래는 82층에 갈 물건이라고 문서에도 명시되어 있었으나 엘리베이터 맨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82층에 한 번만 더 갔다 오라는 지시자의 말도 몇 층인지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해 82층이 아니라 104층으로 한 번에 옮길 수 있었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110층까지 간 건 아니다. 게다가 영화에서는 펠리페 페팃이 올라간 빌딩만 보여주지만, 건너편 빌딩에서도 경비 때문에 숨어서 있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장비를 옮길 수 있었던 상황은 비슷했다.

② 애니 앨릭스는 밤새지 않았다

펠리페 페팃의 연인 애니 앨릭스는 지상에서 밤을 새면서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숙소로 돌아가서 잤다. 이 거사(?)에 동참하기로 한 이들이 모이기로 한 시각이 아침 6시였기에, 다음 날 그녀는 일찍 택시를 타고 나왔다.

③ 곡예 중에 흐르던 피

거사를 치르기 몇 주 전에 못을 밟아 상처를 입은 건 사실이지만, 곡예 중에 피가 흐렀던 건 극적 구성을 위한 설정이다.

④ 곡예 중에 만난 흰색 새

이는 설정이 아니라 그가 쓴 자서전 'To Reach the Clouds'에 적힌 희끄무레한 새를 표현한 건데, 영화에서는 여기에 상상력을 가미해서 전개한다. 

⑤ 그가 곡예를 중단한 이유

영화에서는 흰색 새가 무언의 협박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와이어가 한계가 이르러서 그랬다고 나오지만(이는 극적 구성을 위해서 그렇게 아닌가 한다.) 실제로는 공기 중의 습도가 높고, 바람이 점점 세지다 보니 안전에 문제가 있어서 중단했다. 또한 마지막 세 발자국이 불안했던 것도 사실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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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트레이드 센터 공중 줄타기로 체포된 그의 기소 내용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와 관련된 책과 다큐멘터리가 있다. 책은 'To Reach the Clouds'로 펠리페 페팃이 쓴 자서전이고, 다큐멘터리 <맨 온 와이어>(2008)는 펠리페 페팃 이외에 쌍둥이 빌딩 정복에 관련된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와 함께 실제 사진과 영상으로 구성했다.(자서전이 먼저 나왔고, 다큐멘터리는 그 후에 제작됐다.) <맨 온 와이어>란 말은 그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 공중 줄타기로 체포된 후, 법원에 기소된 내용에 명시된 'Man on Wire'에서 따온 것이다. 다음은 <맨 온 와이어>의 예고편이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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