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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특집 #8. 대담한 구도 + 평면적 색채 + 장식적 패턴, 나비파



야수파에 이어 나비파다. 인상주의 특집에서 -파와 -주의가 섞여서 표현되다 보니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 듯하여 정리하자면, -주의라고 하면 미술사조를 지칭하고, -파라고 하면 해당 미술사조를 따르던 화가들을 지칭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사실 인상주의 특집은 나비파를 끝으로 마치려고 했으나, 스티코 매거진 회원분들의 요청도 있고 하여 연재를 좀 더 연장하려고 한다. 꼭 이벤트가 아니라 하더라도 덧글만 많이 달아주신다면야, 얼마든지 호응에 부응할 생각이 있다!

나비파의 '나비'(Nabi)란 말은 '예언자'를 뜻하는 히브리어로 상징주의 시인이자 의사였던 앙리 카잘리스가 당시 반(反)인상파 그러니까 인상파의 화풍에 반발했던 젊은 화가들을 지칭하는 말에서 유래한다. 인상파나 야수파의 경우 그들 부류를 비꼬기 위해 말이 유래한 반면, 나비파는 반대다. 나비라는 말의 뜻이 그러하듯 나비파는 스스로를 새로운 예술의 선구자라 생각했고, 매주 갖던 정기 모임에서 서로의 별명을 '~ 나비'라 부를 정도로 자부심이 강했다.


폴 고갱의 영향
Influenced by Paul Gauguin

후기 인상주의에서도 언급했지만 폴 고갱은 나비파와 종합주의에 영향을 준다. 이 글의 도입부에서 얘기했듯 -파와 -주의가 혼용되다 보니 헷갈리기 쉬운데, 특히나 나비파가 그렇다. 그래서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연대순으로 글을 정리하다 보니 폴 고갱이 가장 먼저 언급될 수 밖에 없었던 것. 폴 고갱은 후기 인상파다. 그런데 후기 인상주의에서도 살펴보았듯이 후기 인상파 3인방(폴 세잔, 반 고흐, 폴 고갱)의 화풍은 제각각이라 공통분모가 별로 없다. 굳이 찾자면 인상파의 화풍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는 점 정도?

폴 고갱은 마지막 인상주의 전시회(1886년) 이후부터는 인상파의 화풍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화풍을 고집했는데, 그게 종합주의다. 종합주의란 말은 1889년 카페 보르피니에서 폴 고갱이 개최한 '인상주의 및 종합주의' 전시회에서 유래된 것인데, 종합주의란 말을 처음 사용한 게 폴 고갱 자신이었다. 나비파는 폴 고갱이 주장한 종합주의를 이어 받았던 유파다. 그렇다고 종합주의가 나비파에만 영향을 준 건 아니다. 야수파나 추상파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후기 인상주의 글에서는 후기 인상파 3인방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구분을 지었던 것.

마지막 인상주의 전시회(1886년) 이후 폴 고갱은 그룹을 결성하는데, 그렇다고 훗날 우리가 이 그룹을 어떤 유파라고 부르진 않는다.(예를 들어, 그가 주창한 게 종합주의니 '종합파' 이렇게 부르지 않는단 얘기) 게다가 폴 고갱의 유파를 표기할 때, 후기 인상파라고 하지 다른 유파로 부르지도 않는다. 이렇듯 한 화가라 하더라도 그가 태어난 시대의 미술사조 영향을 받고, 교류한 화가들의 영향을 받으며, 때로는 당시의 미술사조에 부응하기도 하고 때로는 반발하기도 하면서 화풍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살펴봐야 한다.


인상주의 vs 종합주의
Impressionism vs Synthetism

그럼 이제 종합주의에 대해서 이해해보자. 종합주의니 뭔가를 종합했다는 뜻이 되겠다. 바로 주관과 객관의 종합이다. 이게 인상주의와 가장 큰 차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인상주의는 화가가 본 풍경의 순간적 인상을 재현하려고 했던 경향이 강했던 반면(이는 3가지 키워드로 본 인상주의란 글에서도 언급했다.), 종합주의는 주관적인 인상을 회화의 기본이 되는 색, 면, 선이라는 형식에 종합시키려고 했다. 인상주의는 색채를 분할해서 표현하기에 선이 없지만, 폴 고갱의 작품에는 뚜렷한 선이 있는 걸 떠올려보라.

인상주의와 종합주의는 대상에 대한 접근 자체도 달랐다. 인상주의는 자연 풍경을 직접 보고 그리는 플레네리즘(외광회화)을 주로 활용했지만, 종합주의는 직접 보고 그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본 기억에 의존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이렇게 기억에 의존함으로써 대상을 단순화시키게 되고, 상상력이 가미되어 결국 대상에 대한 종합적인 인상이 부각된다는 게 폴 고갱이 종합주의를 주창한 이유다. 그래서 종합주의는 인상주의가 해체한 색채를 뚜렷한 윤곽선 내의 넓은 면에 단순화시켜서 표현했다.


브르타뉴 소년의 누드 by 폴 고갱, 1889 @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展

후기 인상주의에서 설명했던 '브르타뉴 소년의 누드'를 다시 보자. 원근법이나 입체감이 없이 형태를 단순화하고 평면화했고, 뚜렷한 윤곽선 내에 강렬한 원색을 사용했다. 종합주의 기법이 잘 반영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비록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에서는 후기 인상주의 쪽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지만 1889년이면, 그가 인상주의를 벗어나 종합주의를 주창하던 시기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가 주창한 종합주의란 말은 생명력이 길지 못했다. 폴 고갱 또한 자신이 만든 종합주의란 말 대신 사람들에게 상징주의의 리더로 불리면서 더이상 종합주의란 말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


나비파 탄생과 소멸
Navis' Birth and Extinction

폴 세뤼지에(Paul Sérusier)는 1988년 폴 고갱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폴 고갱의 종합주의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종합주의를 이어받아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결성한 게 나비파다. 이게 1890년의 일. (그렇나 폴 고갱은 나비파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인상파는 자연 풍경의 인상을 분석했다면, 나비파는 자신의 내면을 분석했다. 종합주의에서 폴 고갱이 기억에 의존해서 그림을 그렸다는 걸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 그래서 나비파의 작품은 실제 보는 색과 표현된 색이 다른 경우도 있다.

기억이라는 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다. 해석된 사실이다. 같은 사건을 동시에 여러 명이 봤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전달할 때는 이미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그 사람의 머리에 저장된 기억 즉 해석된 사실인 것이다. 기억에 의존해서 그림을 그리면 그리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나비파가 결성된 이듬해인 1891년 '인상주의 및 상징주의 회화'란 나비파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활발히 활동을 한 나비파는 구성원의 화풍이 저마다 틀려 점점 와해되기 시작했다. 공통적인 기본 속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표현되는 방식이 너무 다양했던 것.

결국 1900년부터는 교류가 줄어들게 되고 1903년에 이르러 나비파를 후원하던 상징주의 평론 잡지 <라 르뷔 블랑쉬>가 폐간되면서 해체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나비파 구성원들이 순수미술에서만 활약한 게 아니라 응용미술(무대 미술, 포스터 등)에서도 활약했고, 20세기를 여는 시점에서 생긴 유파로 이후 미술이나 젊은 세대에게 끼친 영향은 매우 컸다.


티욜루아의 분홍빛 교회 by 모리스 드니, 1921 @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展

마지막으로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에 전시된 작품 하나 소개한다. 나비파의 창립 멤버였던 모리스 드니의 '티욜루아의 분홍빛 교회'다. 나비파가 해체되고 난 십수년 후인 1921년 작품이지만, 나비파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작품 속 대상들은 단순화된 형태로 마무리되어 있으며, 폴 고갱의 그림에서 보았듯 평면적인 구성이다. 게다가 뚜렷한 윤곽선과 색채적 특성까지. 특이한 점은 분홍빛 교회를 가리고 있는 돌 색깔이 분홍색이라는 점이다. 현실에서의 색채를 재현하려고 한 게 아니라 자신의 기억 속 주관적 인상을 표현한 것.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에는 이 외에도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 3점('나룻배에서, 베르농', '센 강가의 초원', '창밖 풍경')과 에두아르 뷔야르의 '크리크뵈프의 에탕셀 정원 안의 건초더미'까지 4점이 더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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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스티코E 프로필 사진
    스티코E 스티코E 프로필   2016-02-11 16:20:18
    Yeongsu Kim   콘텐츠 하나 만드는 데에도 많은 공을 들이다보니 이런 덧글 하나가 큰 힘이 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부분은 좀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셨으면 합니다. 불편한 부분이라면 개선을 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알아야 저희가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로 쪽지 드리겠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 Yeongsu Kim 프로필 사진
    Yeongsu Kim Yeongsu Kim 프로필   2016-02-04 13: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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