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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아카데미 수상작 #1. 스포트라이트 (2개 부문)



2014년, 2015년 아카데미 수상작들에 이어 오랜만에 선보이는 수상작 연재다. 며칠 전에 있었던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가장 큰 이변이라고 하면 작품상 부문이 아니었나 한다. 오스카의 꽃이라 불리는 작품상 부문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수상할 거라고 예상했던 이들은 거의 드물었을 듯. 그렇다고 해서 <스포트라이트>란 영화가 작품상을 받을 만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지금까지 오스카 작품상의 경향을 봤을 때, 아카데미와는 좀 맞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 그러나 필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선호하는 류의 영화다.

* 코너 특성상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읽어보시길 권함.


2016 아카데미 작품상, 각본상



<스포트라이트>는 2016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작품상과 각본상 2개 부문을 수상했다.(<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는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6개 부문을 수상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이라고 하면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수상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작품상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를 좋아한다. 허구가 아닌 실제이기에 전해지는 감흥의 차이도 다르거니와 기법보다는 스토리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스포트라이트>에서 어떤 영화적 기법이 있었는가? 없었다. 어찌보면 매우 단순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지 않은가! 이게 스토리의 힘이라 생각한다. 기법, 영화사적 의미 생각할 필요 없지 않은가. 물론 같은 스토리라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전달력이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에 노미네이트된 영화들 대부분이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창작하기보다는 실화에서 찾는 게 더 쉬워서 그럴 수도 있지만, 필자는 이를 두고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그만큼 영화에서는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기법은 스토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는 부수적인 것이지 그게 주가 아니다. 항상 어려운 영화에 평점을 높게 주는 평론가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두고 뭐라 할 지 사뭇 궁금해진다. 필자 예상컨대(필자는 평론가들의 평은 오래 전부터 읽지도 않는다.), 저널리즘 얘기가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



영화 vs 실화



<스포트라이트>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다. 보통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영화 vs 실화'란 코너로 다루기는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영화 vs 실화' 코너에서 다루기가 힘든 영화다. 왜냐면 대부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큐멘터리는 아니니 각색이 분명 들어갔겠지만, 주요 맥락은 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의상 또한 당시 스포트라이트 팀의 근무 복장을 그대로 재현해내려고 했다고 한다.

각색이 들어갔다고 하면, 영화 속에서 레이첼 맥아담스가 분한 사샤 파이퍼가 파킨 신부(자신의 행위를 시인했던 신부)와 인터뷰할 때, 현관 앞에서 했던 게 아니라 집 거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는 것과 같은 정도 수준. 이 보도를 통해서 보스턴 글로브는 2003년 저널리즘 분야 중에서도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한다.(퓰리처상도 여러 부문이 있다. 그리고 스포트라이트 팀이 수상한 게 아니라 보스턴 글로브가 수상한 것.)


바티칸 교황청의 반응



보통 이런 류의 영화가 나오면, 이 영화로 인해 손해를 보는 측에서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곤 한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힘을 가진 자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명예훼손죄가 버젓이 존재하는 나라기도 하고 말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보면 알겠지만 가톨릭의 치부를 드러내는 내용이 아니던가.(여기서 한 가지 얘기하자면, 가톨릭이 올바른 표현이다. 카톨릭 아니다.) 교황청의 공식 라디오 방식인 바티칸 라디오의 표현을 빌자면, 영화는 매우 정직하게 그려냈다고 한다. 그만큼 가감없이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영화인 것.


저널리즘



<스포트라이트>를 본 누구라도 이 시대가 잃어버린 저널리즘에 대해 다시 한 번 떠올리기 마련이다. <스포트라이트>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덕분에 여기 저기서 저널리즘의 위기를 얘기하는 기회도 되겠지만 그것도 잠깐일 것이다. 구조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저널리즘의 위기 극복은 요원한 일이란 말.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대사 하나가 가슴에 와닿는다. 리브 슈라이버가 분했던 편집인 마틴 배런이 했던 말이다.

"소음만 무성하고 현실은 그대로죠."

그래서 편집인은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이러한 문제를 조직에서 체계적으로 은폐를 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으라고 요청한다. 한 개인의 잘못에 초점을 맞추면 그 사람의 잘못이라고 넘길 수 있는 문제라 앞으로도 이런 일들은 계속 벌어진다는 얘기.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 체계를 추적해야 된다는 거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톨릭 교구를 상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런 편집인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물론 더 근본적으로는 그런 터전을 만들어준 보스턴 글로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기자라도 이처럼 하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기레기가 될 수 밖에 없는 건, 그들이 속한 조직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고 필자가 얘기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직업정신



필자는 직업정신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업에 대한 직업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을 존중한다. 그런 이들을 찾기 힘든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 저널리즘과 연관지어서는 기자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직업정신이라고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기자정신에 대해서는 언론인이었던 姑 이영희 교수님께서 생전에 했던 말씀이 있어 옮긴다.

기자는 어디에 목숨을 걸어야 하느냐.
무엇과 타협하면 안 되느냐.

진.실.

그럼 이제 좀 다른 직업을 살펴보자. 기자에게 기자정신이 있듯이 다른 직업에도 그 직업에 맞는 직업정신이 있을테니 말이다. <스포트라이트>에서 마이클 키튼이 분했던 월터 로빈슨이 친구인 짐 설리번 변호사(신부들의 추악한 소아성애를 덮는 데에 도움을 줬던 변호사 중의 하나)가 했던 대사다. 

"나는 쓰레기들을 변호했지만, 나는 내 직업에 충실했을 뿐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법리 해석에 대해서 잘 모르는 비전문인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다는 점이 첫째고,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고 하더라도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얘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이 둘째다. 그렇다면 쓰레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변호하는 건 직업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직업정신보다 더 상위에 두어야할 가치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해 관계, 인간 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호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변호는 변호대로 하고 이와 관련된 자료들을 몰래 언론사에 제공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게 삶의 요령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이해 관계, 인간 관계도 원만히 해결하면서 양심에 반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근데 재밌는 건 <스포트라이트>에서 짐 설리번 변호사가 친구인 월터 로빈슨(마이클 키튼 분)에게 하는 대사다. "우리 모두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았어. 그런데 자네는 어디에 있었나?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직업이 기자인데 너는 뭐하고 이제서야 나타나냐는 얘기다. 친구인 변호사도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결국 도움을 주긴 하지만, 필자가 바라보는 기준에서 이 말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면 몰라서 그러는 건 이해할 수 있어도 알면서도 그러는 건 잘못이기 때문이다.


명대사

다음은 당시 보스턴 교구를 담당하던 로 추기경(소아성애 사실들을 알면서도 덮고 있었고 당시 보스턴 지역에서 상당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과 보스턴 글로브 편집인인 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 분)이 나눴던 대화다.

추기경: 내가 도움이 될만한 일이 있으면 주저없이 요청하세요. 큰 기관들이 협력할 때, 도시는 번창하니까요.
편집인: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신문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홀로 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결국 공개된 재판 기록을 열람하기 위해 법원에 방문한 마이크 레젠데스(마크 러팔로 분)이 판사에게 승인 요청하면서 나눈 대화다.

판사: 이런 기록을 공개하는 데에 있어서 편집자의 책임감은 어디 갔죠?
마이크: 글쎄요. 그런 걸 공개하지 않는 편집자의 책임감은 어디 있을까요?

저널리즘에 대한 영화



필자는 <스포트라이트>를 보고 나서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케이트 블란쳇 주연, 조엘 슈마허 감독의 <베로니카 게린>이다. 한 여성 저널리스트가 마약 조직을 취재하는 실화를 다룬 영화인데, 한 개인의 희생으로 사회 전체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을 보면서 저널리즘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 영화다. 이런 류의 영화로 또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면 러셀 크로우, 벤 애플렉, 레이첼 맥아담스 주연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다. 비록 허구이긴 하지만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재밌었던 영화. 이 영화는 스릴러 장르인지라 스릴러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괜찮을 듯하다. 미드하면 잘 알려져 있듯이 <뉴스룸>이 아닐까?


기타

① 소아성애

의학적인 진단 기준으로 보면 소아성애의 기준은 만 16세 이상의 사람이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에게 특별히 성적 관심을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데, <스포트라이트>에서는 가톨릭 신부들 전체의 6% 정도가 소아성애자로 나온다. 더불어 사샤 파이퍼와 인터뷰한 파킨 신부도 어릴 때 신부에게 강간당했다 하니, 가톨릭 신부들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쉬울 듯하다. 그럼 전체 인구 중에 소아성애자는 어느 정도일까? 제대로 된 역학 조사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성인 남성의 5%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여성보다는 남성이 훨씬 많다고.

② 게오건 신부

보스턴 글로브 편집인 마티 배런이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조사를 요청하게 된 계기가 2001년 7월 10일에 쓴 에일린 맥나라마(Eileen McNamara) 컬럼 때문이다. 이 컬럼에 등장하는 신부가 게오건 신부인데, 무려 130명의 아동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9-10년형을 받고 감옥에 수감된다. 그는 2003년 8월 23일 감옥에서 살해당했는데, 그를 살해한 조셉 드루스(Joseph Druce)는 자신에게 성적으로 접근한 사람을 죽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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