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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아카데미 수상작 #2. 그래비티 (7개 부문)



2014 아카데미 수상작은 7개 부문(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음향믹싱상)을 수상한 <그래비티>로 2014년 아카데미 최다 수상작 되겠다. <그래비티>는 국내에서도 꽤나 흥행했는데(300만 조금 넘는 관객 동원) 대부분 간접 우주 체험을 느끼게 해준 영화로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IMAX 3D로 <그래비티>를 봤는데, 가끔씩 큰 화면의 IMAX는 종종 이용하곤 하지만 3D는 여전히 익숙치 않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도 3D를 두고는 안경이 필요없는 3D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3D는 관객들의 영화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했는데, 필자 또한 이에 동의하는 바 아직 <그래비티>를 못 봤다면 3D로 보길 권하지는 않는다.

* 코너 특성상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읽어보시길 권함.


체험
Experience

일반적인 경우, 평론가의 평점은 관객의 평점과 반대인 경우가 많다. 평론가의 평점이 높은 경우는 예술 영화로 관객들의 평점이 낮고, 평론가의 평점이 낮은 경우는 상업 영화로 관객들의 평점이 높다. 그러나 <그래비티>는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 좋은 평점을 받았다. 물론 <그래비티>를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평하는 관객도 더러 있긴 하지만, 그런 그들이라 하더라도 이의를 달기 힘든 부분은 지금까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서 <그래비티>만큼 관객이 마치 우주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는 없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그래비티>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중에서 방점을 분명하게 찍은 영화다. 이 때문에 평론가들에게도 그리고 관객들에게도 좋은 평점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필자 또한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하고 신기해했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과 함께 마치 카메라를 우주로 들고 가서 찍은 것처럼 촬영하기를 바랬고 그런 노력의 결과가 <그래비티>였던 것. 참고로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은 2015년에는 <버드맨>으로 촬영상 2연패를 달성한다.

무엇이든 따라하긴 쉽지만 처음이 어렵다. 오래 전에는 미니어처를 활용하여 우주를 묘사했기 때문에, 현대의 B급 우주 영화도 그보다는 우주를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 처음 만들어내기가 어렵지 일단 만들어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이를 활용한 다양한 영화가 나오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바타>의 모션 캡쳐 기술이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그래비티>는 분명 기존의 영화에서 선사하지 못했던 체험을 하게 해준 영화였고, 이 때문에 훗날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등장할 때마다 <그래비티>는 회자되지 않겠나 싶다.


특수 효과
Special Effects

① 프리비즈(Previsualization)

프리비즈란 머릿속으로만 구상한 이미지를 컴퓨터로 구현해보는 과정으로 CG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실제 우주에서 촬영하는 게 아닌지라 배우들은 마치 우주에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하고, 거기에 CG를 입혀서 장면을 완성해야 하기에 프리비즈 단계를 거치지 않고 촬영에 임하게 되면 그만큼 시행착오가 많이 생기게 된다. 그런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프리비즈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그래비티>는 특이하게도 이 단계에서 컴퓨터로 세세하게 모든 장면을 설계하여 전체 CG를 만들어놓고 촬영에 들어갔다.

② 라이트 박스(Light Box)



보통 CG를 많이 활용한 영화의 촬영 영상을 보면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아무 것도 없는 데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래비티>의 경우 라이트 박스라고 불리는 대형 상자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진행되었는데, 이 대형 상자의 벽은 수많은 LED 램프가 설치되어 있었고 이를 통해 미리 만들어둔 CG를 벽에 보여주어 배우들 스스로가 마치 우주에 온 듯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배우들의 무중력 상태에서의 움직임을 위해 라이트 박스 중심에는 틸트 플러스(Tilt Plus)라는 걸 설치해두고 배우들은 여기서 연기했다. 산드라 블록의 경우, 하루 10시간 이상을 여기서 촬영하기도 해 라이트 박스를 샌디의 우리(Sandy's Cage)라고 부르기도 했다.

③ 12개의 와이어



무중력 상태에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12개의 와이어를 이용했는데, 이의 제작을 위해 10개월이란 시간을 들였고, 와이어 연기에는 인형 예술가들을 동원해서 완성시켰다고 한다.


인터스텔라 vs 그래비티
Interstellar vs Gravity

2013년작 <그래비티>와 2014년작 <인터스텔라>는 중력이라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그 쓰임새는 상당히 다르다. <인터스텔라>는 중력을 말 그대로의 중력으로 활용한 반면 <그래비티>는 관계(서로 끌어당김, 상호작용)의 다른 표현으로 활용했다. 그래서 <인터스텔라>는 과학 이론에 충실하려고 했고 이는 개봉 후 어려운 과학 이론을 쉽게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 반면, <그래비티>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무중력 상태의 느낌을 관객에게 극대화시켜 전달하여 이토록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영화는 없었다는 평을 얻었다.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흥행면에서는 <인터스텔라>가 단연 앞선다. 국내만 놓고 본다면 <인터스텔라>는 1,000만, <그래비티>는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평점 또한 국내외 모두 <인터스텔라>가 1점 정도 더 높다. 아무래도 재미는 <인터스텔라>가 더 있었다는 얘기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반대였다. <인터스텔라>는 2015년 시각효과상만 수상한 반면, <그래비티>는 2014년 7개 부문을 휩쓸었기 때문. 어떤 영화가 더 재밌고, 의미있다는 건 저마다의 개인 차가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재미는 <인터스텔라>가, 의미는 <그래비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
Human Being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멕시코 국립 대학에서 영화와 철학을 전공했다. 철학을 전공한 이답게 <그래비티>에서는 인간에 대해 매우 당연하지만 잊고 있었던 부분을 아주 잘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산드라 블록이 분한 스톤 박사가 있다. 4살배기 딸 아이가 허무하게 죽은 후에 무의미한 삶을 살아간다. 퇴근하면서 멘트가 없는 라디오를 들으며 정처없이 운전하고, 집에는 자신을 기다려주는 이 하나 없다. 애인도 없다. 그래서 그녀는 영화 초반에 우주의 고요함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냥 강물에 떠밀려 내려가듯 방향성 없는, 목적성 없는 살아가던 그녀. 생물학적으로 살아있을 뿐 그녀는 산 게 아니었다.

그런 삶을 살던 그녀였어도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는 살려고 발버둥친다. 인간이란 게 그렇다. 말은 그렇게 해도 극한 상황에 이르면 그렇게 되는 것을. 우주 미아가 될 뻔한 그녀를 구해준 건 매트. 그러나 구해준 것도 잠시 그녀를 살리기 위해 매트는 스스로 후크를 풀어 우주 미아가 된다. "절대 안 놓을 거에요"를 외치며 그러지 말라고 하는 스톤 박사. 과연 그때 스톤 박사는 매트가 없으면 죽을 것 같아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혼자 남겨진다는 게 두려워서 그랬던 것일까? 여튼 스톤 박사를 살리기 위해 매트는 스스로 우주 미아가 되지만 통신은 가능해 계속해서 스톤 박사를 코칭해준다.

이때 만약 매트의 코칭이 없었더라면 스톤 박사가 살 수 있었을까? 스쿠버를 하면서 공기통의 공기가 1%도 남지 않은 상황 속에 있었던 적이 있다. 물론 스쿠버에는 버디 시스템이라 하여 항상 비상 시를 대비해 버디(동료)와 함께 움직여야 하지만, 언제 공기가 떨어질 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 사람은 조급해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하기 마련이다. 물론 스쿠버를 연습할 때 공기가 떨어지는 상황도 체험해보긴 하지만, 풀장에서 하는 체험과 수심 20m 바다에서의 실전은 느낌이 사뭇 틀리다. 그때 누군가 믿을 만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심적으로 큰 안정감을 준다. 매트의 코칭이 스톤 박사에겐 그랬으리라.



그래서 인간(人間)을 사람 인(人)에 사이 간(間)을 써서 인간(人間)은 사람(人) 사이(間)에 있을 때 비로소 인간다울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인간이란 단어의 뜻이다. 산소는 이미 바닥나서 호흡이 원활하지 못하고 혼자 탈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 속에 매트의 코칭은 스톤 박사의 심적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했다. 매트의 코칭으로 중국 정거장에 무사히 안착하는 그녀. 우주복을 벗고 난 장면이 바로 위의 캡쳐 화면이다. 이 캡쳐 화면을 보면 연상되는 게 있다. 바로 자궁 속의 태아다. 이 장면은 결국 딸 아이를 잃고 인간답지 못했던 삶을 살던 그녀가 비로소 인간다운 삶으로 다시 태어남을 뜻한다.

이제 귀환할 것만 같았던 그녀지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친다. 그 시련 속에서 무전을 통해 지구의 이뉴잇(Innuit, 쉽게 이해하자면 에스키모인이라 생각하면 된다.)과 통신하게 되는데, 이때 그녀의 대사에서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잘 드러난다. 그녀가 두려워하는 건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슬퍼해줄 사람도 없고, 기도해줄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지구에서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지도 않고 마치 고요한 우주에서 생활하듯이 살았던 그녀가 달라진 거다. 그래서 그녀는 말도 통하지 않는 이뉴잇인 아닌강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날 위해 슬퍼해줄래요?"

결국 <그래비티>에서 말하는 중력이란 지구의 중력을 말하기 보단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란 의미에서 인간 사이의 관계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이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인간들 사이에 있을 때 비로소 인간다울 수 있다는 것. 때론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지만 때론 다른 이들을 통해 희망을 보기도 하듯이 그것 자체가 우리네 삶 즉 인간의 삶이란 것을 극한적인 상황(고요한 우주 속에 홀로 남겨진 상황)을 통해서 잘 전달하고 있다. 지구에서는 이런 저런 일들이 많이 생겨도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전체는 아름답듯 우리네가 영위해가는 삶을 전체로 놓고 보면 아름다운 법 아니겠는가?


알폰소 쿠아론
Alfonso Cuaron



알폰소 쿠아론은 멕시코 출신의 감독이다. 멕시코 감독으로 유명하다고 하면 알폰소 쿠아폰, 길예르모 델 토로, 안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를 언급할 수 있는데,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데뷔작인 <크로노스>를 통해 필자 처음 알게 된 감독이라 멕시코 감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독이고, 안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2015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버드맨>의 감독이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작품 중에 <그래비티> 말고 알려진 작품이 있을까? 있다. 필자에겐 지금껏 본 영화 중에 최고의 키스신이라고 기억되는 명장면을 안겨준 <위대한 유산>도 그의 작품이다. 어떤 장면인지는 다음 영상으로 확인하길. 필자는 이 장면만 보면 아직도 설렌다.




아닌가크
Aningaaq

<그래비티>의 각본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그의 아들 조나스 쿠아론이 함께 했는데, 그의 아들은 <그래비티> 개봉 후 <그래비티>의 스핀오프(Spinoff) 드라마인 <아닌가크>를 만든다. (스핀오프란, 이전에 발표되었던 영화, 드라마, 책 등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하여 다른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걸 말한다.) <아닌가크>는 7분짜리 단편 영화로 <그래비티>에서 스톤 박사가 무전으로 통신하던 이뉴잇의 이름이다. <아닌가크>는 이뉴잇 관점에서 무전을 통해 스톤 박사와 대화하는 스토리인데, 그게 다는 아니니 한 번 보길 바란다.



이뉴잇이 나오다 보니 이뉴잇의 삶을 다른 다큐멘터리 <북극의 나누크>가 떠오른다. 1922년작으로 다큐멘터리의 시초격이라 불리는 작품인데, (다큐멘터리인데 조작이라고 말이 많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괜찮았던 다큐지만 대중적이진 않으니 일반인들에게는 권하지 못하겠고, 잔잔한 다큐 좋아하거나 고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권한다. 


산드라 블록
Sandra Bullock



원래 스톤 박사 배역은 안젤리나 졸리에게 주어졌지만 안젤리나 졸리가 거절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그 다음에 거론된 배우가 나탈리 포트먼. 그러나 임신중이었기에 배역을 맡을 수 없었고, 이후에 나오미 왓츠, 마리옹 코티아르, 캐리 멀리건, 스칼렛 요한슨 등이 카메라 테스트를 받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산드라 블록에게 돌아갔다. 그만큼 배역을 따기 힘들어서였을까? 준비 운동 단단히 하고 나온 산드라 블록. <그래비티>를 찍을 당시 그녀의 나이는 49세였지만, 몸은 결코 나이와 같지 않았다. 산드라 블록은 <그래비티>를 위해 버크람 요가를 수련하여 몸매를 만들었다고. 짧게 쳐낸 헤어컷 또한 무척 잘 어울렸던 그녀다.

 Notice  2014 아카데미 수상작 다음 편으로는 미술상, 의상상 총 2개 부문을 수상한 <위대한 개츠비>로 예정되어 있다.


예고편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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