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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vs 실화 #7. 3096일 - 믿기 힘든 아동 유괴 실화



가족의 달, 5월의 마지막 주에 소개하는 '영화 vs 실화'는 독일의 아동 유괴 실화를 다룬 <3096일>이다. 영화 제목에서 나타나듯 주인공 나타샤 캄푸쉬가 납치되어 감금된 게 3096일이다. 그러니까 8년 176일 동안 감금되었다는 얘기. 도대체 어떻게 납치, 감금되었길래 3096일 동안 도망치지도 못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영화를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영화는 나타샤 캄푸쉬가 탈출하여 적은 자서전 '3096일'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과연 범인은 누구였고, 왜 납치했으며, 실제도 영화와 같았을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 코너 특성상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읽어보시길 권함.


범인
Criminal



범인의 이름은 '볼프강 프리클로필'로, 나타샤 캄푸쉬를 유괴할 당시(1998년 3월 2일)의 나이는 35살이었다. 지멘스사의 통신 기술자로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나타샤 캄푸쉬를 유괴하고 감금한 과정을 보면 오래도록 아주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걸 보면 어느 누구나 비범함은 있기 마련인데 그 비범함을 하필 쓸데없는 데에 사용하는 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치밀하게 준비를 했으니 나타샤 캄푸쉬가 8년 넘도록 도망치지 못했던 거다. 그럼 왜 그는 유괴를 했던 것이고, 하필 나타샤 캄푸쉬를 유괴했던 것일까?

나타샤 캄푸쉬가 적은 '3096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화를 보면, 그는 나타샤 캄푸쉬의 웃는 모습이 이뻐서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동성애자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모호한 게 나타샤 캄푸쉬에게 본능적인 욕구를 해소하려고 유괴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가 나타샤 캄푸쉬와 관계를 가진 건 나타샤 캄푸쉬가 좀 더 커서 생리를 한 뒤부터다. 어찌보면 비록 어린 아이였지만 나타샤 캄푸쉬에게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고 사랑해서 그랬다고 보는 게 더 설득력 있게 보인다.

이게 과연 사랑일까 싶겠지만 다음을 보면 얘기가 틀려진다. 그는 나타샤 캄푸쉬를 유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9개월에 거쳐 자기 집 지하실을 개조하여 감금할 수 있는 방을 만든다. (이 또한 영화에서 잘 나온다.) 게다가 나타샤 캄푸쉬가 크자 둘이 지낼 방을 아주 멋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그것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해도, 또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그가 행한 일련의 행동들이 용납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단순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해서만은 아닌 듯한 건 분명해보인다.

그는 나타샤 캄푸쉬가 탈출에 성공하자,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즉 그가 지금까지 행했던 일들이 사회적으로는 용납이 안 되는 거라는 걸 잘 알았던 듯 싶다. 그 길로 그는 인근 철도길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이 또한 영화에서 나오는 내용과 같다.


지하 감옥
Dungeon



그가 나타사 캄푸쉬를 유괴하기 위해 9개월동안 작업했던 결과물은 놀랍다. 그의 집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그의 할아버지가 지은 것으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유산으로 물려받았다고 한다. (위 사진 1 참조) 집에는 차고가 있었는데, 차고에는 지하실이 있었다. (위 사진 3이 지하실 계단이다.) 그 지하실 한쪽 구석 벽을 뚫어서 통로를 내고 방을 만들었다. (위 사진 2가 통로 입구다.) 통로 입구는 철제 문으로 닫혀 있으며, 이 입구 또한 평소에는 찬장으로 가려두었다. 영화에 나온 그대로.



이게 실제 지하 감옥(외국에서는 나타샤 캄푸쉬가 감금된 방을 이런 표현으로 불렀다.)이다. 영화에서 보던 것과 같다. <3096일>도 아마 당시 현장 검증을 위해 경찰이 찍은 사진을 참조하여 구성한 듯. 이 방은 원래 집에는 없던 공간인데 범인이 직접 땅을 파서 만들었다. 사진을 보면 고시원과 비슷한 듯 하지만 방내에 좌변기, 싱크대까지 갖췄다는 게 틀리다. 면적은 1.5평 정도. 나타샤 캄푸쉬가 나오려면 자신이 감금된 방문을 열고 나와서, 철제 벽문을 열고 기어나와야 지하실이고,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차고가 된다. 탈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


나타샤 캄푸쉬
Natascha Kampusch


실종 전단지(왼)와 현재 모습(우)

납치 당시의 나타샤 캄푸쉬 실종 전단지와 영화가 개봉할 즈음(2013년)의 모습이다. 아역 배우는 실제 나타샤 캄푸쉬의 어린 시절과 비슷하게 생긴 배우를 캐스팅한 듯 보인다. 당시 10살이었던 나타샤 캄푸쉬는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살면서 이따금씩 아빠를 보곤 했는데, 또래들에 비해서 뚱뚱한 편(45kg)이었다. 이영화 개봉 즈음에는 그래도 정상인과 비슷한 체형이지만 탈출 당시에는 야위었다. 뚱뚱하면 감금된 방으로 가기 위한 통로가 좁아 들어갈 수 없어 그렇다.

어느 정도였냐면, 탈출할 때의 몸무게가 48kg. 8년 넘는 기간동안 몸무게의 변화는 고작 3kg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3학년 때 납치되어 고등학교 2학년 때에 탈출했다는 건데, 그 사이에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고 감금되었다면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으리라 본다. 그래도 감금된 방에서 책을 읽고, TV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걸 봐왔기 때문에 적응을 할 수 있었던 듯. 이런 걸 보면 내 아이가 아무런 탈없이 크는 게 어쩌면 행복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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