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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vs 실화 #10. 노스페이스 - 아이거 북벽에 얽힌 감동 산악 영화



오랜만의 '영화 vs 실화' 연재다. 다룰만한 영화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글의 성격상,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다 보니 매주 연재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침 이번 주에 개봉하는 <에베레스트>는 1차 예고편부터 필자가 기대하고 있는 작품인데, <에베레스트> 예고편을 보면서 떠올랐던 영화가 있다. 2008년작 <노스페이스>다. 둘 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산악 영화라는 점이 공통적인데, 만약 이번 주 <에베레스트>를 보고 괜찮았다 하면 이 영화 또한 강추하는 바, '영화 vs 실화' 열 번째로 다뤄본다.

* 코너 특성상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읽어보시길 권함.


아이거 북벽
Eigernordwand



영화 <노스페이스>의 배경은 아이거 북벽이다. 그런데 왜 아이거 북벽이라 하지 않고 <노스페이스>라 했을까? 물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아이거 빙벽>이란 비슷한 영화가 있긴 하지만 이는 한글 제목이라 그렇고 영문 제목은 'The Eiger Sanction'인데 말이다. 노스페이스는 아이거 북벽과 함께 마터호른 북벽, 그랑드조라스 북벽의 3대 알프스 북벽을 일컫는 말이다. (북쪽의 얼굴이란 뜻에서)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도 여기서 유래한다. 

아이거 북벽이 유명한 이유는 해발은 3.970m 밖에 안 되지만 수직에 가까운 1,800m 절벽이 만년설로 뒤덮여 있는 난코스라 그렇다. 아이거 산은 1858년에 정복되지만, 아이거 북벽을 통한 등정은 당시로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다. 물론 등정에 도전했다가 사망한 이들도 많아 클라이머의 공동묘지라고 불리우기도 했는데, 인간의 끊임없는 도전으로 마침내 1938년에 아이거 북벽 등정도 성공한다. (참고로 아이거 북벽은 알프스에서 가장 큰 북벽이다.)


캐릭터 vs 실존 인물
Character vs Real Person

아마 이 즈음 되면, <노스페이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아이거 북벽 등정을 최초로 성공한 사람이라 생각할 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 영화는 아이거 북벽이 정복된 1938년보다 2년 전인 1936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최초 정복자도 아닌 이 둘을 다룬 이유는 2년 뒤 아이거 북벽을 정복한 팀이 바로 이 둘이 올라간 코스를 이용하여 등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즉 실존 인물인 안디 힌테슈토이저와 토니 쿠르츠가 아이거 북벽 등정을 정복할 수 있는 코스의 터를 닦은 셈.(물론 이후로는 몇 개의 경로가 더 생겼다.)

① 안디 힌테슈토이저(Andi Hinterstoisser)


실제(좌), 영화(우)

안디 힌테슈토이저는 당시에 암벽 등반가로는 최고라 불리는 이였다. 친구인 토니 크루츠와 함께 아이거 북벽 등정에 도전한 안디 힌테슈토이저는 등반 중 건너갈 수 없는 지역에 이르러, 자신의 암벽 등반 기술을 활용하여 건너는 데에 성공한다. 자신의 몸을 줄에 의지한 후, 마치 바닥을 달리듯 암벽을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진자 운동하듯이) 건너편에 도착했던 것.(이는 영화에서도 잘 나온다.) 이후 그가 처음 개척한 길이기에 그의 이름을 따 '힌테슈토이저 지름길'(Hinterstoisser Traverse)라 명명된다.

그러나 이 '힌테슈토이저 지름길'에서 로프를 거둔 게 문제였다. 힌테슈토이저가 건너편으로 건너간 후, 동료들이 건너올 수 있도록 로프를 걸어뒀는데, 다 건너오고 나서는 로프를 거둬들였던 거다. 즉, 이 길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것. <노스페이스>에서는 토니 크루츠는 만약을 위해서 로프는 회수하지 말고 그대로 놔두고 가자고 했지만 힌토슈토이저는 너는 너무 걱정이 많다면서 등반하다 로프가 필요할 지 모르니 가져가겠다고 해서 회수한 것으로 나온다. 이 때문에 그들은 돌아올 때 이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해야만 했다.

그렇게 다른 길로 돌아오던 중에 눈사태를 맞게 된 일행은 한 줄에 동료들이 매달린 상태로 위기를 맞게 되고, 안디 힌테슈토이저는 스스로 로프를 끊어 추락하여 사망한다.

② 토니 크루츠(Tony Kurz)


실제(좌), 영화(우)

어릴 적부터 안디 힌테슈토이저와 함께 등반을 즐겼던 친구인 토니 크루츠의 죽음은 상당히 안타깝다. 안디 힌테슈토이저의 죽음은 순식간이었던 데에 반해 토니 크루츠의 죽음은 그렇지 않기도 했지만 상황 자체가 무척이나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토니 크루츠는 실족이나 추락을 한 것도 아니고 동사를 한 것도 아니다. 끝까지 살아남았고, 구조대에 의해 구조가 되는 순간에 이르렀는데, 구조대가 가져온 로프의 길이가 짧아 로프에 매달린 채로 사망한 것. 


실제(좌), 영화(우)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너무 극적인지라 영화적 설정인가 싶었는데, 실제였다. 영화 속 장면 또한 실제와 비슷하게(앵글마저도) 보여준다. 다소 허무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투를 벌이면서 끝까지 싸웠던 토니 크루츠를 보면, 그의 마지막 순간의 체념이 가슴 저며온다. 


영화 vs 실화
Movie vs Real

자료가 미미하여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영화 속의 토니 크루츠의 애인은 아마도 허구의 캐릭터가 아닌가 한다. 로프에 매달려 사투를 벌이던 그 순간에 그와 대화를 할 수 있는 데까지 가서(그것도 일반인이) 대화를 나눴다는 것 자체가 설정한 티가 많이 난다. 그 외는 사실에 입각하여 만든 것으로 보인다. 등반하면서 그리고 내려오면서 시간을 표시한 것도 그만큼 사실에 충실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등반 시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매우 리얼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에베레스트>를 보고 이런 영화 또 없나 생각든다면, <노스페이스> 강추.


예고편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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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풍림화산 프로필 사진
    풍림화산 풍림화산 프로필 풍림화산 블로그 풍림화산 유투브   2015-10-12 15:13:43
    Jg Kim   당시 정황상 어쩔 수 없었기에 정말 안타까운 사연이지요. 영화 보고 나서 실제와는 얼마나 다른 지 살펴보면서 참 안타까웠던 기억이 나네요. ^^

  • Jg Kim 프로필 사진
    Jg Kim Jg Kim 프로필   2015-09-24 17:09:51
    헉...매달려 죽어가는 장면 지금도 생생한데....정말로 그렇게 산악인이 죽었었다니 참으로 안타깝네요. 지금도 어떻게 살릴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하는 영화로 기억됩니다.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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