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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vs 실화 #11. 에베레스트 - 1996년 에베레스트 재앙을 다룬 영화



등산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필자인지라 "산이 거기에 있기에 간다"는 영국의 산악가 조지 말로리(George Mallory)의 말을 가슴으로 이해할 순 없지만,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무섭다는 의미에서)을 조금이나마 느껴봤기에,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에 서고자 하는 그들의 도전 정신 만큼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이야 많지만 최근 개봉한 <에베레스트>가 조금 특별난 이유는 1996년 에베레스트 재앙이라 불리는 사건을 다룬 영화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번 <노스페이스>에 이어 두 번째 산악 영화이자 열한 번째 '영화 vs 실화' 테마로 <에베레스트>를 다뤄본다.


에베레스트
Everest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 상에서 가장 높이 솟아 있는 산은 아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우리가 높이를 측정할 때 주로 사용하는 해발(해수면으로부터 얼마나 높은가)로는 가장 높지만, 지구는 적도 부근이 더 높게 솟아 있어 가장 높이 솟아 있는 산은 에베레스트가 아니란 얘기. 또한 가장 높긴 하지만 가장 등정하기 어려운 산도 아니다. 에베레스트보다 낮아도 등정하기 힘든 산(안나푸르나, K2 등)도 있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지 에베레스트가 등정하기 쉬운 산이란 뜻은 아니다.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냐는 질문에 "Because it's there"이라는 말을 남긴 조지 말로리도 1924년 실종된 곳이 바로 에베레스트였다. 이후 30여 년이 지난 1953년 5월 23일이 되어서야 에베레스트는 정상을 에드먼드 힐러리(Edmund Hillary)에게 허락한다. 현재 에베레스트 등정 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코스를 따라가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기 100m 전에 힐러리 스텝(Hillary Step)을 거치게 되는데, 이 명칭이 바로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에드먼드 힐러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데스 존
Death Zone



해발 8,000m 이상에서는 산소가 지상의 1/3 정도 수준이라 추가적인 산소 공급 없이는 48시간 내에 사망하게 된다. 그래서 해발 8,000m 이상을 데스 존(Death Zone)이라 부르는데, 전세계에 14개 밖에 없다. 즉, 8,000m 이상의 산이 14개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를 우리는 '고봉 14좌'(eight-thousander)라 칭한다. 그래서 <에베레스트>에서 보면 정상까지의 코스 중간 중간에 캠프를 마련하는데, 마지막 네 번째 캠프가 바로 8,000m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에베레스트>에서도 잘 나오듯이 해발 8,000m를 넘어가면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데스 존에서는 산소통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항상 그런 건 아니다. '무산소 등정'이라 하여 산소통 없이 등정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 '고봉 14좌'를 모두 정복한 최초의 한국인인 박영석 대장은 1993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한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20년 뒤인 2013년에는 김창호 대장이 '고봉 14좌' 모두를 무산소로 등정하는 기록을 세우는데, 이는 국내 최초, 전세계 14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996년 에베레스트 재앙
1996 Mount Everest disaster


1996년 5월 10일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어드벤처 컨설턴트 팀

1996년 당시 에베레스트 등정은 상업화되어 돈을 내고 전문가들과 함께 등정할 수 있었다. (현재도 에베레스트 등정 상품이 있다.) 이는 그만큼 산악 장비들이 발전하면서 생겨난 것인데, 1996년 5월 10일의 재앙은 등정 상업화 때문에 일어난 건 아니었다. 몇 팀으로 구성된 총 33명의 탐험가들 중 8명이 사망했는데, 그 이전까지는 이렇게 한 번에 많은 이들이 죽은 적이 없어서 재앙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이후에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던 경우는 있다. 2014년에 16명의 네팔 가이드들이 죽었고, 2015년 네팔 지진으로 인한 눈사태로 18명이 죽기도 했다.)

영화에서도 잘 나오지만 정복을 하든 못 하든 2시가 되면 하산해야 한다. 해가 지기 전에 네 번째 캠프로 돌아오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 날 코스 중에 로프가 없어 설치를 하는 등 지체된 부분도 있었고, 폭풍을 만나 기후 조건이 좋지 못해 모두 다 돌아올 순 없었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은 산소 부족과 강추위 속에 버텨야 했는데 48시간 이내라면 그래도 추가적인 산소 공급 없이 버틸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추위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영하 21도 정도 수준이지만, 바람이라도 불면 영하 48도 정도로 뚝 떨어진다. 게다가 정상 근처의 바람은 시속 161km/h의 강풍으로 영화 93도까지 떨어뜨리니 견딘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영화 vs 실화
Movie vs Real

① 살아 돌아온 벡 웨더스



병리학자였던 벡 웨더스(Beck Weathers, 조슈 브롤린 분)는 죽은 줄 알았지만 살아남아 혼자서 걸어온다. 그러나 강추위 속에 노출된 부위인 얼굴과 장갑 벗겨진 손 등은 동상이 걸려 검게 변한 상태였고, 캠프로 돌아와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는 응급 조치를 취하기도 하지만 돌이키긴 힘든 상황이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가 살아돌아왔다는 소식을 접한 그의 아내는 지인들을 총동원하여 미대사관에 압력을 행사하여 벡 웨더스를 헬리콥터로 구출해 온다. 영화에 나온 그대로다. 영화에서는 아내와 만나는 장면까지는 나오고 그 이후의 얘기는 보여주지 않는데, 이후의 얘기를 하자면, 그의 오른쪽 팔은 손목과 팔꿈치 사이를 절단하여 의수를 착용해야 했고, 왼손은 손가락 모두를 절단해야 했으며, 코 또한 베어내고 귀 조직을 이용해 재생해야만 했다. (위의 사진 4번이 현재 그의 모습이다.)


현재 그가 근무하고 있는 메디컬 시티 달라스 병원에서의 영상

② 가장 높은 헬기 착륙 구조

남편 벡 웨더스를 구출하기 위한 아내의 노력 때문에 헬기를 띄우지만, 헬기는 해발 6,000m 정도까지 밖에 날지 못한다. 이유는 연료를 연소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한데,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심한 동상으로 빠른 처리가 필요한 벡 웨더스지만 그를 구출하기 위해 헬기 조종사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상황이었다. 결국 영화에서처럼 성공하긴 하지만 매우 위험한 비행이었던 셈이다. 착륙한 고도는 헬기의 한계 고도를 살짝 넘기는 해발 6,053m로 이는 당시에 가장 높은 헬기 착륙 구조 기록에 해당한다.(이 고도에 당시 에베레스트 탐험가들의 베이스 캠프가 있었다.)


헬리콥터 에베레스트 정상 착륙 성공 영상

이후 2010년에 안나푸르나 6,980m 지점에서 스페인 탐험가를 구조하여 기록을 갱신했으며, 구조 기록은 아니지만 헬리콥터 착륙 세계 최고 높이는 2005년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정상에 착륙 시도하여 성공한 기록이다.(위 영상이 그 기록의 증거다.) 그런데 영상을 보면 저게 착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완전히 착륙하여 엔진을 정지한 게 아니라 아랫 부분만 살짝 닿게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정도만 하더라도 헬리콥터 제작사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데에는 충분한 영상임에는 틀림없다. 적은 산소에서도 연료를 연소시킬 수 있는 엔진이라는 얘기니 말이다.

③ 게토레이가 아니라 쿨-에이드

<에베레스트>는 실제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마치 다큐멘터리 마냥. 그래서 그런지 그리 재밌다고 할 순 없다. 비슷한 영화로 손꼽는 <노스페이스>가 재밌었다 해도 <에베레스트>는 별로라고 생각할 정도. 그러나 사실이 아닌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닌데,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게 벡 웨더스를 구출하러 온 헬기의 착륙 지점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한 음료다. <에베레스트>에서는 게토레이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쿨-에이드(Kool-Aid)란 음료였다.

④ 롭 홀은 아직도 에베레스트에?

영화가 끝나고 자막으로 처리되는 부분을 보면, 롭 홀은 아직까지도 에베레스트에 있다고 나온다. 그래서 아마도 롭 홀의 시신을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건가 하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롭 홀의 시신은 13일 뒤인 1996년 5월 23일에 IMAX 원정대에 의해 발견된다.(IMAX 원정대는 그의 시신 외에도 스캇 피셔-제이크 질렌할 분-의 시신까지 발견한다.) 그러나 시신을 수습해서 내려온 건 아니고 에베레스트에 놔뒀다는 것.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탐험가들 사이에서는 산에 묻힌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놔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직도 그의 시신은 에베레스트에 있다는 것. 현재까지 150여구의 시신이 에베레스트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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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 에베레스트 재앙을 다룬 책
당시 에베레스트 등반에 참여하여 생존한 두 명이 적은 책이 있다. <에베레스트>에서 주인공 롭 홀(제이슨 클락 분)이 등반 비용을 비행기값만 내고 참여시킨 'Outside' 잡지 기자인 존 크라카우어(Jon Krakauer, 마이클 켈리 분)가 적은 'Into Thin Air'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동명의 TV 영화로도 제작된다. 죽은 줄로만 알았다가 살아 돌아온 병리학자 벡 웨더스가 적은 'Left for Dead'란 책도 있다.




1998년 동명의 영화(다큐멘터리)가 하나 있다. 이 영화는 롭 홀과 스캇 피셔를 발견한 IMAX 원정대를 다룬 다큐로 나레이션을 리암 니슨이 했다. 이 외에도 1996 에베레스트 재앙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찾아보면 조금 있는 듯.


예고편
Trailer


제이슨 클락, 제이크 질렌할, 조슈 브롤린, 키이나 나이틀리, 샘 워싱턴, 로빈 라이트, 에밀리 왓슨, 마이클 켈리와 같이 다소 눈에 익은 배우들을 대거 등장시키지만 주인공인 롭 홀 역의 제이슨 클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중이 비슷하여 어느 누구에 중심을 두지 않고 1996년 에베레스트 재앙 그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 그러나 재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노스페이스>를 괜찮게 본 터라 <에베레스트> 또한 괜찮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봤지만, 그렇지 않아 그리 추천할 만하다 할 순 없겠다. <에베레스트> 보다는 <노스페이스>가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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